영화를 보는 동안 팝콘 냄새가 우리 코로 들어옵니다. 사실 그 냄새는 버터분자로 되어 있어서, 곧장 코로 가서 후각로로 들어갑니다. 후각로는 중뇌에 있는 많은 단속을 피해 바로 관자엽에 신경임펄스를 보냅니다.

냄새는 피질과 변연계 부위를 자극하고 이들 부위는 메시지를 침샘에 보내어 우리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피질에서 팝콘을 먹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 우리가 정말로 '팝콘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피질의 동작영역에서는 그 메시지를 소뇌에 보내고, 소뇌는 그 메시지를 우리 팔과 손에 보내어 팝콘상자에 손을 넣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우리는 팝콘이 아니라 화면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뇌와 대뇌 기저핵 덕분에 우리손이 제대로 팝콘상자에 이릅니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그 신경종말이 뇌 특히 체감각영역에 팝콘을 찾았다고 알려줍니다. 팝콘이 부서질 수도 있으니 적절한 강도로, 그리고 무릎에 흘릴수도 있으니 적당량을 집으라는 명령을 손에 내립니다.

이어서 우리 소뇌는 손을 입으로 가져가라고 안내합니다. 준비하라는 메세지가 입에 도착하고 곧이어 침이 고입니다. 우리 손가락이 입에 팝콘을 떨어뜨리면 혀, 입술, 이, 턱 근육과 목이 모두 움직이기 시작하고 서로 협력하여 팝콘을 위로 보냅니다.

갑자기 화면에 무서운 장면이 나타납니다. 우리는 그걸 예측하지 않았고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놀람이나 쇼크는 곧장 편도로 가서, 편도는 온몸이 긴장하도록 합니다. 우리 몸이 떨리고 눈이 커지며 손에서 팝콘을 약간 흘립니다. 이런건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데, 수만 년의 진화를 거쳐 우리 몸에 기억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게 영화장면이 아니라면, 우리는 일어서서 싸우거나 돌아서서 달아날 준비를 할 것입니다. 시상하부가 메시지를 심장에 보내고 마침내 맥박이 빨라져서 근육에 혈액이 공급됩니다.

시상하부는 허파에도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하는데, 그 까닭은 심장이 몸과 뇌에 신선한 혈약을 더 보내려면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 이유는, 망상체 덕분에 우리가 영화에 완전히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누군가가 크게 말하거나 핸드폰이 울리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옆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에 반사된 빛을 못 보고 극장의 에어컨 소리도 못 들으며 영화 외의 다른 건 거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간단하고 편안한 일을 할 때마저도 뇌는 아주 분주합니다.